고통과 상처, 그리고 치유와 희망이 있는 오두막. 책/책 이야기 2009.09.04 16:54

오두막 - 10점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세계사

옛날 내가 초등학교시절 우리 집은 그렇게 잘 사는 곳이 아니었다. 어쩌다 아빠가 들고오시는 종합과자 선물세트에 온 식구가 좋아하던 시절이었으니깐. 그때 내 친구 하나가 크리스마스에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오면 과자와 선물을 잔뜩 준다는 말에 혹해서 할머니 때문에 불교를 억지로 믿는 엄마 몰래 동생과 교회를 간 적이 있다. 선물과 과자를 받고 설교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목사인지는 신부인지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가 눈을 감으라고 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에 살짝 눈을 뜨니 누가 모금함을 가지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돈을 걷고 있었다.

어린 나이라 하루 용돈이 겨우 백 원, 이백 원 하던 시절이었다. 내 수중에 돈은 그 용돈을 일주일치 모은 백 원짜리 열 개인 천원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 설마 어린아이인데 돈을 내라고 할까? 라는 고민과 선물도 받았는데 돈을 안 넣을 수도 없어 내 앞에 모금함이 오면 오백 원을 넣기로 하고 동생에게는 그냥 있으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모금함은 어느새 우리 앞에까지 와 있었고 그 사람은 당연히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돈 오백 원을 그 모금함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집에 와서 엄마가 나와 동생이 교회를 간 것을 알게 되었고 한 집에 신앙이 두 개 있으면 되는 일도 되지 않는다며 엄청나게 혼났다. 그 뒤로 나는 동생과 교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지만, 방학이 끝나고 만나 친구는 왜 교회에 나오지 않느냐고 나를 다그쳤고 나는 갈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나에게 그 친구는 교회에 다시 나오지 않을 거면 그날에 받았던 과자와 선물을 돌려 달라며 안 준다면 다시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그렇게 나는 울면 겨자 먹기로 그 아이에게 내 용돈을 털어서 동생 몫의 선물과 과자를 돌려주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교회를 싫어하게 된 것과 신을 믿지 않게 된 것은.

그런 나에게 딸을 잃은 한 남자가 신과 만나서 대화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의 이 책이 내 손에 놓였을 때 나는 정말 많이 망설였다. 신을 믿지 않는 내가 아니 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은 아닐지. 끝까지 다 읽었어도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들로 가득하여서 책을 잡지 못했고 이 책의 읽기를 한참을 미루다가 이제야 겨우 손에 잡았다. 그러나 그런 내 생각들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이 책을 손에 잡자마자 엄청나게 몰입하며 중간마다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빼고는 난 책에 쉽게 빠져들었고 내 마음의 상처도 맥과 같이 하나님과 예수, 그리고 성령의 말들로 덕분에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꼬마 소녀 연쇄살인마에게 다섯 살인 자신이 가장 예뻐하는 딸 미시를 빼앗긴 맥은 왜 자신의 딸을 지켜주지 않고 그 모든 일을 지켜보기만 한 하나님을 원망하며 그를 믿지 않게 된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하나님은 그의 고통의 중심지인 미시가 죽은 곳인 오두막으로 그를 부른다. 많은 망설임 끝에 그곳으로 찾아간 맥은 다 낡아서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아닌 찬란한 꽃들과 따뜻한 햇볕이 가득한 오두막을 보게 된다. 그곳에서 하나님과 예수, 그리고 성령 사라유의 말을 듣고 질문을 하면서 점점 딸을 잃어버린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하나님과 예수, 성령은 딸을 죽인 그를 용서하라고 한다. 범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를 용서하라고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당사자가 되면 아무리 내가 아프고 힘들지라도 어떻게 자식의 생명을 앗아간 범인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맥은 지금 당장은 힘들지라도 하나님을 만나 점점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딸을 죽인 범인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오두막. 나처럼 황폐하고 낡은 오두막으로 되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조금은 그 오두막이 맥이 보았던 희망의 오두막으로 변해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 희망을 꿈꾸는 힘을 준 작가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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